해달은 귀여운 외모로 잘 알려져 있지만, 해양 생태계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종입니다. 특히 해초숲 생태계에서 해달은 포식자로서의 기능을 통해 생태 균형을 유지하며, 다양한 해양 생물들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해달이 해초를 어떻게 보호하고, 생물 다양성을 높이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심층적으로 알아봅니다.
1. 해초 보호 – 먹이사슬의 균형자로서 해달의 역할
해달은 주로 해양 연안에서 서식하며, 해초숲(Kelp Forest)이라 불리는 해조류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해초숲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다양한 해양 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는 해양의 숲이라 불립니다. 하지만 이 해초숲은 특정 해양 무척추동물의 과도한 개체 수로 인해 파괴될 위기에 처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보라성게’입니다.
보라성게는 해초의 뿌리 부분인 ‘켈프 홀드패스트’를 갉아먹어 해초를 고사시키며, 대량 증식할 경우 해초숲 전체를 황폐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해달입니다. 해달은 보라성게의 천적으로, 하루에 체중의 약 25%에 해당하는 먹이를 섭취하며 성게를 주로 포식합니다. 해달이 성게 개체 수를 조절함으로써 해초의 생장 환경이 보호되고, 해초숲의 구조와 기능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특히 해달은 먹이를 고정시켜 껍질을 깨기 위해 돌을 사용하는 ‘도구 사용’으로도 유명합니다. 이 과정에서 해초에 붙은 성게를 뜯어내며 자연스럽게 해초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결국 해달의 먹이 습성은 해초의 직접적인 보호로 이어지며, 이로 인해 해양 식물 생태계의 안정성이 확보됩니다. 해초숲이 잘 유지되면 해양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일어나며, 이 모든 시작점에 해달이 있는 셈입니다.
2. 생물 다양성 – 바다 생물의 삶을 지켜주는 수호자
해초숲은 해양 생물의 보고라 불릴 만큼 다양한 종들이 서식하는 공간입니다. 물고기, 갑각류, 연체동물, 조류, 해조류 등이 상호작용하며 풍부한 생물 다양성을 자랑합니다. 해초가 잘 자라는 환경에서는 해류가 완화되고, 빛이 잘 투과되어 다양한 생물들이 안정적으로 번식하고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전제가 해초의 안정적 생존입니다.
해초숲이 유지되려면 성게와 같은 초식성 무척추동물의 개체 수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하며, 이를 담당하는 것이 해달입니다. 해달은 성게 외에도 게, 조개, 소라 등을 먹이로 삼으며, 이 과정에서 특정 종의 과도한 개체 수 증가를 억제하고 먹이사슬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종을 ‘키스톤 종(Keystone species)’이라 하는데, 해달은 해양 생태계의 대표적인 키스톤 종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해달이 감소한 지역에서는 보라성게의 개체 수가 급증하여 해초숲이 황폐화되었고, 이에 따라 그곳에 서식하던 물고기나 갑각류의 수가 급감한 사례들이 보고되었습니다. 반면 해달이 다시 복원된 지역에서는 해초숲이 회복되고 다양한 생물 종이 돌아오는 긍정적인 변화가 관찰되었습니다. 이처럼 해달의 존재 유무는 생물 다양성의 수준과 직결되며, 그 영향력은 단일 종을 넘어 생태계 전체에 확산됩니다.
3. 환경영향 – 탄소흡수, 해양 생태 복원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
해초숲은 단순히 생물의 서식처일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공급하는 ‘블루 카본(Blue Carbon)’의 보고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해초는 대기 중 탄소를 바다 속에 저장함으로써 기후변화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해초숲은 보라성게 등의 해초포식자에 의해 쉽게 파괴될 수 있으며, 이는 탄소 흡수 기능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해달은 이 같은 위험을 간접적으로 줄여줍니다. 해달이 성게 개체 수를 조절하면 해초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유지되거나 증가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해달이 존재하는 해초숲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12배 이상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는 해달이 생물학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해초숲이 잘 유지되면 해양 생태계 전반의 복원력이 증가합니다. 해초는 수질 정화, 해류 조절, 해안 침식 방지에도 기여하는데, 해달의 생태적 기능이 이러한 모든 과정의 출발점이 되는 셈입니다. 일부 해양 보호구역에서는 해달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생태계를 재건하려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보전의 수준을 넘어 ‘생태 복원’이라는 더 큰 목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달이 보호받고 그 수가 안정되면, 이는 곧 생태계의 건강성을 상징하는 지표가 됩니다. 해달이 많다는 것은 그 지역에 충분한 먹이와 안정된 해초숲이 존재한다는 뜻이며, 이는 곧 지속 가능한 해양 환경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결론
해달은 단순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바다 동물이 아닌, 바다숲을 지키는 핵심 생태계 관리자입니다. 해초의 생존을 돕고,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며, 탄소 흡수를 통한 환경 보호에까지 기여하는 다층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달을 보호하는 일은 단순한 동물 보전이 아닌, 해양 전체의 건강성을 지키는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해달은 바다의 수호자이자,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바다숲의 진정한 주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