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는 단순히 식용 수산물로만 인식되기 쉬우나, 그 해부학적 구조는 놀라울 만큼 과학적이며 진화적으로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참치는 빠른 속도로 바다를 헤엄치며 먼 거리를 이동하는 회유성 어류로서, 유선형의 몸체, 강한 근육, 효율적인 호흡 기관, 그리고 항력을 줄이기 위한 특수한 피부 구조 등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참치의 해부학적 구조를 ‘근육질’, ‘지느러미’, ‘속도’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심층 분석하며, 바다라는 극한 환경에 최적화된 생명체로서의 참치의 독특함을 조명합니다.
1. 근육질 – 끝없는 회유에 최적화된 에너지 기관
참치의 근육 구조는 매우 독특하며, 생존과 회유를 위한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참치는 적색 근육과 백색 근육이 균형 있게 발달되어 있는데, 적색 근육은 산소를 풍부하게 저장할 수 있도록 미오글로빈이 다량 포함되어 있으며, 장거리 회유에 최적화된 구조입니다. 이는 인간의 지구력 근육에 비견될 수 있습니다. 적색 근육은 참치 몸의 양옆 라인에 깊게 위치해 있으며, 일정한 속도로 오랫동안 헤엄칠 때 주로 사용됩니다.
반면 백색 근육은 짧은 시간 동안 고속 회전에 필요한 폭발적인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포식자나 먹이를 추적하거나 돌진할 때 사용되며, 근섬유가 크고 수축 속도가 빠릅니다. 이러한 근육들의 배치는 참치 몸통 절단면에서 'W'자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이는 회유 시 몸 전체의 유연성과 추진력을 높이기 위한 진화적 산물입니다. 더욱이 참치는 부분적인 온혈성(Regional Endothermy)을 가진 몇 안 되는 어류입니다. 대부분의 물고기가 외부 수온에 체온을 의존하는 냉혈 동물인 반면, 참치는 내부 장기 주변 혈류를 재순환시키는 복잡한 열교환 시스템(Rete mirabile)을 통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기능 덕분에 참치는 심해나 수온이 낮은 해역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근육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단백 식품으로서 참치살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도 이 풍부하고 활동적인 근육질 때문입니다.
2. 지느러미 – 유선형 추진을 위한 맞춤형 구조
참치의 지느러미 구조는 항력 감소와 추진력 극대화라는 두 가지 기능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몸은 유선형으로 길고 날렵하며, 지느러미는 몸의 중심축을 따라 후퇴각을 이루며 배열되어 있습니다. 주요 지느러미로는 가슴지느러미, 등지느러미, 배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가 있으며, 특히 지느러미 뒤에 연속적으로 위치한 보조 지느러미(finlets)는 참치만의 독특한 구조입니다. 보조 지느러미는 꼬리지느러미와 등·배지느러미 사이에 7~9개 정도 존재하며, 고속 수영 시 물의 흐름을 정리해 항력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제트기 날개의 소용돌이를 정리하는 윙렛(winglet)과 유사한 원리로 작동합니다. 등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는 필요 시 몸에 밀착시킬 수 있어 고속 주행 시 물의 저항을 거의 받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가슴지느러미는 방향 전환과 균형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며, 일부 참치 종에서는 이 지느러미가 매우 길게 발달해 종 식별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꼬리지느러미는 강력한 반달형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좌우로 흔들리며 추진력을 발생시킵니다. 이 지느러미는 뼈와 연골, 강력한 근육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참치가 고속으로 수영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지느러미 외에도 참치의 피부는 매우 매끄럽고, 점액층으로 덮여 있어 마찰 저항을 줄입니다. 피부는 비늘이 작고 밀집해 있어 손상에 강하며, 유선형 몸체와 함께 물속을 가르는 데 최적화된 외형을 제공합니다. 이런 전체적인 구조 덕분에 참치는 바다를 가르는 '생체 미사일'이라 불릴 만큼 완벽한 수영 생물로 평가받습니다.
3. 속도 – 수중 세계의 고속 질주자
참치는 바다에서 가장 빠르게 헤엄치는 어류 중 하나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일부 참치 종은 시속 70km를 넘는 속도로 헤엄칠 수 있으며, 이는 대부분의 포식자나 먹잇감을 따돌리거나 추격하는 데 충분한 속도입니다. 이 놀라운 속도는 참치의 근육, 지느러미, 체형뿐 아니라 내장 구조와 호흡 방식에서도 기인합니다. 참치는 일반적인 아가미 호흡 방식과는 달리 ‘램 통풍(Ram ventilation)’을 사용합니다. 입을 벌리고 계속해서 헤엄치는 동안 바닷물이 아가미를 통과하며 산소를 공급합니다. 이 방식은 아가미를 펌프질할 필요가 없어 에너지를 절약하고 산소 흡수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참치는 멈추지 않고 계속 헤엄쳐야만 생존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며, 이것이 곧 끊임없는 회유와 고속 수영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참치는 심장 박동 수와 대사율이 매우 높아, 빠른 에너지 공급과 회복이 가능하며, 이는 운동 능력을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게 합니다. 근육과 혈관 사이의 열 교환 시스템은 근육을 항상 따뜻하게 유지시켜 반응 속도와 수축력을 극대화합니다. 특히 참치의 체내 산소 운반 효율은 일반 어류보다 뛰어나며, 이는 높은 속도로 장시간 헤엄칠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켜 줍니다. 참치의 척추와 골격 구조 또한 속도를 위한 최적화가 되어 있습니다. 척추는 유연하면서도 강한 구조로 몸 전체에 진동을 전달하며, 근육과 연결된 힘줄은 탄성을 제공하여 에너지 손실을 줄입니다. 이러한 구조들은 인간이 만든 고속 잠수정이나 유선형 스포츠카의 설계 원리에 참고가 될 정도로 효율적입니다.
결론
참치는 단순한 어종이 아닌, 진화적으로 완벽하게 설계된 회유성 어류입니다. 강인한 근육 구조, 유체역학에 맞춘 지느러미 배열, 온혈에 가까운 체온 유지, 효율적인 호흡 시스템까지, 모든 요소가 빠르게 이동하고 포식하고 생존하기 위한 방향으로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참치의 해부학은 단순한 수산 자원을 넘어 생물학, 해양학, 진화학의 관점에서도 연구 가치가 큽니다. 우리가 식탁에서 만나는 참치는 수천 킬로미터를 회유하며 진화해 온 바다 생명의 정수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