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는 바닷속뿐 아니라 해변에서도 자주 목격되는 친숙한 해양 생물입니다. 특히 옆으로 걷는 독특한 이동 방식과 다리 구조, 뛰어난 균형 감각은 과학적으로도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게가 어떻게 이동하고, 왜 옆걸음을 하는지, 그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신체 구조는 어떤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봅니다.
1. 옆걸음 – 게의 대표적 이동 방식
게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특징은 바로 ‘옆으로 걷는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동물은 앞이나 뒤로 이동하는 방식이 대부분인데, 게는 왜 하필 옆걸음을 선택했을까요? 이는 게의 생김새와 다리 구조, 그리고 생존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게의 다리는 기본적으로 10개이며, 그중 앞의 두 개는 집게다리이고 나머지 여덟 개는 보행에 사용됩니다. 이 다리들은 몸의 양쪽에 좌우 대칭으로 붙어 있고, 관절이 앞뒤보다는 좌우로 더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진화했습니다. 다시 말해, 다리 관절이 앞뒤보다 옆 방향으로 더 자연스럽게 꺾이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옆걸음이 기본 이동 방식이 된 것입니다. 게는 옆으로 움직일 때 시야를 유지하며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게는 눈이 위로 솟아 있는 형태이며,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동 중에도 주변을 잘 살필 수 있습니다. 특히 포식자로부터 빠르게 도망칠 때, 머리의 방향을 돌리지 않고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옆걸음은 생존에 유리한 전략입니다. 또한 게는 상황에 따라 앞으로 또는 뒤로도 움직일 수 있지만, 이는 매우 제한된 거리나 상황에서만 가능합니다. 대부분의 종은 옆걸음이 훨씬 빠르고 효율적입니다. 예를 들어 모래 위나 바위 틈 등 좁은 공간에서도 몸을 돌릴 필요 없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게에게는 가장 합리적인 보행 방식인 셈입니다. 옆걸음은 단순히 ‘이상한 걸음걸이’가 아니라, 진화적으로 선택된 생존 전략이며, 게의 해부학적 구조와 행동 습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2. 균형 감각 – 흔들리는 바다에서도 안정적인 보행
게는 해조류가 무성한 해안이나 거친 조수간만의 바위, 모래사장, 조류가 센 얕은 바다 등 다양한 환경에서 생활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안정적인 보행을 유지하려면 뛰어난 균형 감각이 필수입니다. 게는 특유의 다리 구조와 신경계 반응을 통해 이러한 균형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게의 다리는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지면에 닿는 힘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다리가 여덟 개라는 점은 넓은 지지 면적을 확보할 수 있게 해 주며, 중심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이동이 가능하게 만듭니다. 바다 속 모래가 흐르거나 바위가 미끄럽더라도, 게는 다리의 위치를 순간적으로 조절하여 미끄러짐 없이 방향을 바꿉니다. 게는 신경계가 간단하지만 매우 빠르게 반응합니다. 외부 자극이나 바닥의 경사, 물의 흐름 등 다양한 자극을 수용하고, 그에 따라 각 다리의 위치와 힘을 조정해 균형을 맞춥니다. 특히 게의 중추신경계는 등 쪽이 아닌 배 쪽에 발달해 있는데, 이는 중력을 더 직접적으로 감지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해조류가 엉켜 있는 곳이나 자갈이 많은 해안에서는 단순한 앞걸음보다 옆걸음이 더 안전하고 빠릅니다. 게는 보행 중에도 계속해서 다리 위치를 미세하게 조절하며, 심지어 물속에서 부력을 조절해 떠오르지 않고 바닥에 밀착된 상태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게의 균형 감각은 단순히 몸의 중심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서, 환경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안전하게 보행을 지속하기 위한 고도의 적응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다 환경은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이 많기 때문에, 게의 균형 감각은 생존에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3. 다리 구조 – 옆걸음을 가능하게 만든 진화의 산물
게의 다리 구조는 외형적으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기능적으로는 매우 정교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다리 각각은 여러 관절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관절은 좌우 회전이나 접힘, 확장이 자유롭습니다. 게의 다리 중 앞의 두 다리는 공격이나 방어, 먹이 섭취에 사용하는 집게다리이며, 나머지 여덟 개의 보행 다리가 게의 이동을 책임집니다. 보행 다리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며, 각 마디는 관절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관절들은 마치 로봇의 관절처럼 움직이며, 바닥의 높낮이나 방향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꺾이거나 펴집니다. 이로 인해 게는 매우 다양한 지형에서도 문제없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바위 표면이 울퉁불퉁하더라도 다리를 개별적으로 움직여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게의 다리는 강한 근육과 단단한 외골격으로 이루어져 있어, 높은 하중을 버티며 몸 전체를 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이 구조 덕분에 게는 오랜 시간 동안 이동하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고 생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표면이 미끄러운 환경에서도 발바닥 구조가 미세하게 마찰력을 조절해 넘어지지 않도록 돕습니다. 게의 보행은 뇌에서 모든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각 다리에 분산된 신경절(ganglia)이 독립적으로 반응해 빠른 움직임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런 분산 처리 방식은 매우 효율적인 생존 전략으로, 다리 하나가 상처를 입어도 나머지 다리가 보행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조합니다. 요약하자면, 게의 다리는 단순히 걷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복잡한 해양 환경 속에서 생존을 보장해주는 다기능 생체 장치입니다. 그리고 이 정교한 구조 덕분에 게는 다른 동물과는 전혀 다른, 옆걸음이라는 독특한 이동 방식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
게의 이동 방식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한 해부학적 특성과 생존 전략의 결과입니다. 옆걸음은 비효율적인 이동이 아닌, 시야 확보, 회피성, 균형 유지 등의 목적을 위한 최적의 전략입니다. 다리의 정교한 구조와 뛰어난 균형 감각은 게를 다양한 해양 환경에 적응시켰고, 오늘날 바다 생물 중에서도 독특한 존재로 남게 했습니다. 이런 특성은 단지 재미있는 생태 지식 그 이상으로, 생명의 진화와 적응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